이런저런 생각42 [나의 대학원 시절] 3. 포항에 관한 첫 인상 포항에 처음 방문한 것은 1995년 초 대학입시에서 본고사와 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춘천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20명 내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10시간 이상 걸려서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죽도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직접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참고로, 춘천은 영서지방이고 경기도와 붙어 있어서 사투리가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손님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강한 억양에 놀랐고, 시장 거리를 지나가면서 자기네 식당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어서 친구 어머니와 시장 상인이 크게 언성을 높이며 싸웠습니다. 늦은 밤 숙소에 춘천고 포항 선배님들(50~60대)이 치킨을 사 오셨는데, 많이 반가워하셨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너무 가기 힘든 길, 비릿한 바다 냄새, 경상도 사투리가 포항의 첫 .. 2023. 9. 23. [나의 대학원 시절] 2. 석사 연구(유해물질 미생물 처리) 제가 석사 과정 중(1999.03~2001.02)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미량유해물질 분해/흡착 연구를 했는데 주로 수질 관련 연구였습니다. 다이옥신 등 할로겐화 유기오염물질을 바실러스라는 세균을 이용해서 제거하는 연구인데,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세균 키우고, 피펫 잡고 실험하고, 분석장비 돌리고, 초자류(유리기구) 설거지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아마 지금 대부분의 생물학/생화학 관련 실험하는 학생들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험 자체를 즐기는 학생에게는 적합한 연구주제였겠지만 제게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연구가 실용화 될 수 있을까?라는 것에 회의가 많이 들었습니다. 공학적인 연구 마인드가 앞서던 시절이었고, 화공과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던 동기와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회의감이 들.. 2023. 9. 22. [나의 대학원 시절] 1. 포항공대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 저는 서울대를 4년 만에 졸업하고(군대는 박사과정 중 병역특례), 바로 포항공대 대학원 환경공학부에 석사로 진학했습니다. 이후 포항에서 석사 2년, 박사 4년, 포닥 1년, 총 7년 동안 살았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대 학부생들이 포항공대 대학원에 많이 진학했습니다. 물론 제가 이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본가가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인데 왜 머나먼 (당시에는 대구-포항 고속도로도 없을 때였습니다) 포항으로 갔을까? 가끔 생각하면 연구차원에서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1994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이 생겼고(이전에는 학력고사), 저는 1995년 입시를 치렀습니다. 수능뿐만 아니라 본고사(논술, .. 2023. 9. 22. 눈 충혈 완화 점안액 Visine + 기승전 잔소리 캐나다 Shoppers Drug Mart에 들리면 항상 구입하는 눈 충혈 완화 점안액 Visine입니다. 박사와 포닥 과정 중에 안구건조증과 충혈이 심해서 꽤 고생했습니다. 국산 충혈 제거 점안액을 주로 사용했었는데 토론토대학교 방문 학생으로 가서 Visine 점안액을 써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눈 시림이 확연히 줄어들뿐만 아니라 충혈되어 벌겋던 눈이 1~2분 후에는 깨끗해 집니다. 국산 제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한테는 효과가 좋습니다. Visine, 레드아이 컴포트, 눈 충혈 완화제 점안액, 15ml(1/2fl oz) kr.iherb.com 아마존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Amazon.com : VISINE Original 저는 시력은 좋지만(양안 1.0 내외), 난시가 조금씩 심해져서 .. 2023. 8. 20. 학과명 변경에 대한 소회 제가 근무하는 학과명이 도시환경공학과에서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로 길게 변경됩니다. 개교 이후로 14.5년을 도시환경공학과로 지냈는데, 학과 교수님들이 저마다 세부 전공명을 넣고 싶은 욕심을 내다 보니 이렇게 긴 이름으로 개명했습니다. 학과명은 그냥 물리학과, 화학과,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등으로 간단해야 부르기도 편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데, 앞으로 걱정입니다. 이 긴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고민입니다. 만약 누가 어떤 학과에 계세요? 라고 물으면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에요"라고 길게 또박또박 답을 하기가 자신이 없습니다. 대신 지구환경공학과나 환경공학과라고 줄여서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과 얘기도 나올 듯 합니다. 제가 학과명 개정을 반대하지 않은 이.. 2023. 7. 31. 쓸데 없는 출장 줄이기 정부 부처 공무원 출장이 많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특히, 과장급 고위직의 출장이 잦다고 합니다. 뭔가 대단한 내용이나 보안 문제로 대면회의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고위 공무원일수록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모이라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IVNW 유형의 정체는…KTX서 유랑하는 공무원들 IVNW 유형의 정체는…KTX서 유랑하는 공무원들, 강경민 기자, 경제 www.hankyung.com 연구년 나와서 4개월을 출장 없이(학회 예외) 살아보니, 그동안 한국에서 최대 주 5회 출장 다니던 것이 얼마나 시간과 돈 낭비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출장이 기관별 규정에 의해 굳이 모일 필요가 없는데도 모여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출장 상당수는 정책 결정 면피용 자문회의였던 것 같습.. 2023. 6. 23. 교수에게 부여된 자유 오늘 교수 신문에서 인상 깊은 글을 읽었습니다. “교수사회 자정운동 없으면 자유 뺏길 것”…‘삶으로서의 역사’ - 교수신문 (kyosu.net) “교수사회 자정운동 없으면 자유 뺏길 것”…‘삶으로서의 역사’ - 교수신문 [깊이 읽기_『삶으로서의 역사: 나의 서양사 편력기』] 역사는 삶이고, 삶이 곧 역사이다. 역사가의 삶 또한 역사가 된다. 이 교수의 지적 편력은 서양사이지만, 역사학 전반에 걸쳐 있다. 이 책 www.kyosu.net 또한 『삶으로서의 역사: 나의 서양사 편력기』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교수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이 교수는 동료들과 대학 근처의 한 식당에 갔다가 음식점 아주머니의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 식당에 교수들이 자주 와서 화투를 쳤기 때문이다. 교수에게 부여된 자유는 당연.. 2023. 6. 7. 1995년 김건모 3집 논문 수정하면서 김건모 3집을 듣고 있습니다. 1995년, 기숙사에서 숙제를 하면서 많이 듣던 앨범 중의 하나입니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논문 작업을 하면 스무살 대학 1학년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김건모 3 1995년 덕윤산업에서 발매한 김건모의 정규 3집이다. 의 폭발적인 히트에 힘입어 총 286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기네스북에 최다 판매 앨범으로 기록된 기념비적 앨범이다. 그 terms.naver.com 1995년 2월,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에서 했는데,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으로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녹두거리 호프집에서도 이 노래만 나오면 다들 따라 부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특히, 신촌에 가면 리어카 가판대마다 울려퍼지던 노래였습니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이.. 2023. 4. 8. 대학원생 모집 공고의 시대 대학이나 연구소에 취업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사이트가 하이브레인입니다. 예전에는 보통 박사 고년차와 포닥이 주로 방문하던 사이트인데 언제부터인가 대학생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학원생 모집 메뉴까지 생겼습니다. 대학원생 모집은 각 대학 사이트에 방문하면 되는데 이렇게 홍보까지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방금 캡쳐한 그림과 같이 카이스트, 유니스트,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등 주요 연구중심대학에서 대학원생 모집 공고를 내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대학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대학원생이 귀한 시대입니다. 앞으로 한국인 학부생의 대학원 진학률은 계속 감소할 것이고, 학령인구 감소 효과가 더해지면서 대학원 진학 절대 인원도 감소.. 2023. 3. 20. 1980년대 울산 대기오염 연구와 김정욱 교수님 박사과정 학생이 작성한 논문 초안에 1987년 게재된 논문이 참고문헌으로 입력되어 있습니다. 이 논문을 최신 논문으로 바꾸려 하다가 어떤 분이 1980년대 말에 울산의 SO2 모델링 논문을 작성했는지 찾아 봤습니다. 1저자는 수원대 장영기 교수님(퇴직), 교신저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님(퇴직)이었습니다. 1980년대 울산이 환경오염으로 가장 악명이 높았던 시절에 연구를 하셨습니다. Total SO2 emission control strategies for the management of air pollution in ulsan industrial complex Since emission regulations in Korea concentrate mainly on the limitation of.. 2023. 2. 1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