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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34

R&D 카르텔과 이공계 교수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R&D 카르텔 일원이 되어 있습니다. 전 정부 표현을 빌리자면 연구개발 적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계가 정부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은 사대강 사업 찬반논란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고, 광우병을 거쳐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 논란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기조에 따라 특정 단어가 연구 과제명에 붙어야 과제 수주 확률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묵묵히 본인 연구분야에만 매진해서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제 수주 확률을 올리기 위해 아무 곳에나 녹색과 창조를 붙이는 경우도 많이 봤고, 개인 연구실 연구원을 뽑는데도 공정해야 한다며 지원자 정보를 거의 못 보게 하고 면접에도 못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정권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서 환경.. 2023. 10. 19.
[나의 대학원 시절] 4. 시료채취 지구과학, 특히 지질학에서는 현장답사 나가는 것을 필드 나간다고 했습니다. 요즘도 이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지금 필드 나간다고 하면 야외 골프장에 가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을 듯 합니다. 포항이나 광양 등에서 대기시료 채취를 하는 중에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한 95학번 친구들이 가끔 전화할 때가 있었는데, "샘플링 나왔다"라고 하면 "필드 나갔냐?"라고 묻곤 했습니다. 박사 초년차까지는 주로 소각장 굴뚝 시료채취를 다녔고, 그 이후에는 수동대기채취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 제 연구실에서 소각장 굴뚝 시료채취 경험이 있는 졸업생과 재학생은 전혀 없습니다. 예전보다 시료채취 장비가 많이 좋아져서 꿀뚝 시료채취가 편해졌지만, 요즘 학생들에게는 냄새와 소음이 심하고 위험한 곳에서 시료채취를 해야 하는.. 2023. 10. 10.
[나의 대학원 시절] 3. 포항에 관한 첫 인상 포항에 처음 방문한 것은 1995년 초 대학입시에서 본고사와 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춘천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20명 내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10시간 이상 걸려서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죽도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직접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참고로, 춘천은 영서지방이고 경기도와 붙어 있어서 사투리가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손님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강한 억양에 놀랐고, 시장 거리를 지나가면서 자기네 식당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어서 친구 어머니와 시장 상인이 크게 언성을 높이며 싸웠습니다. 늦은 밤 숙소에 춘천고 포항 선배님들(50~60대)이 치킨을 사 오셨는데, 많이 반가워하셨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너무 가기 힘든 길, 비릿한 바다 냄새, 경상도 사투리가 포항의 첫 .. 2023. 9. 23.
[나의 대학원 시절] 2. 석사 연구(유해물질 미생물 처리) 제가 석사 과정 중(1999.03~2001.02)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미량유해물질 분해/흡착 연구를 했는데 주로 수질 관련 연구였습니다. 다이옥신 등 할로겐화 유기오염물질을 바실러스라는 세균을 이용해서 제거하는 연구인데,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세균 키우고, 피펫 잡고 실험하고, 분석장비 돌리고, 초자류(유리기구) 설거지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아마 지금 대부분의 생물학/생화학 관련 실험하는 학생들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험 자체를 즐기는 학생에게는 적합한 연구주제였겠지만 제게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연구가 실용화 될 수 있을까?라는 것에 회의가 많이 들었습니다. 공학적인 연구 마인드가 앞서던 시절이었고, 화공과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던 동기와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회의감이 들.. 2023. 9. 22.
[나의 대학원 시절] 1. 포항공대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 저는 서울대를 4년 만에 졸업하고(군대는 박사과정 중 병역특례), 바로 포항공대 대학원 환경공학부에 석사로 진학했습니다. 이후 포항에서 석사 2년, 박사 4년, 포닥 1년, 총 7년 동안 살았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대 학부생들이 포항공대 대학원에 많이 진학했습니다. 물론 제가 이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본가가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인데 왜 머나먼 (당시에는 대구-포항 고속도로도 없을 때였습니다) 포항으로 갔을까? 가끔 생각하면 연구차원에서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1994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이 생겼고(이전에는 학력고사), 저는 1995년 입시를 치렀습니다. 수능뿐만 아니라 본고사(논술, .. 2023. 9. 22.
눈 충혈 완화 점안액 Visine + 기승전 잔소리 캐나다 Shoppers Drug Mart에 들리면 항상 구입하는 눈 충혈 완화 점안액 Visine입니다. 박사와 포닥 과정 중에 안구건조증과 충혈이 심해서 꽤 고생했습니다. 국산 충혈 제거 점안액을 주로 사용했었는데 토론토대학교 방문 학생으로 가서 Visine 점안액을 써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눈 시림이 확연히 줄어들뿐만 아니라 충혈되어 벌겋던 눈이 1~2분 후에는 깨끗해 집니다. 국산 제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한테는 효과가 좋습니다. Visine, 레드아이 컴포트, 눈 충혈 완화제 점안액, 15ml(1/2fl oz) kr.iherb.com 아마존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Amazon.com : VISINE Original 저는 시력은 좋지만(양안 1.0 내외), 난시가 조금씩 심해져서 .. 2023. 8. 20.
학과명 변경에 대한 소회 제가 근무하는 학과명이 도시환경공학과에서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로 길게 변경됩니다. 개교 이후로 14.5년을 도시환경공학과로 지냈는데, 학과 교수님들이 저마다 세부 전공명을 넣고 싶은 욕심을 내다 보니 이렇게 긴 이름으로 개명했습니다. 학과명은 그냥 물리학과, 화학과, 기계공학과, 화학공학과 등으로 간단해야 부르기도 편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데, 앞으로 걱정입니다. 이 긴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고민입니다. 만약 누가 어떤 학과에 계세요? 라고 물으면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에요"라고 길게 또박또박 답을 하기가 자신이 없습니다. 대신 지구환경공학과나 환경공학과라고 줄여서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과 얘기도 나올 듯 합니다. 제가 학과명 개정을 반대하지 않은 이.. 2023. 7. 31.
쓸데 없는 출장 줄이기 정부 부처 공무원 출장이 많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특히, 과장급 고위직의 출장이 잦다고 합니다. 뭔가 대단한 내용이나 보안 문제로 대면회의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고위 공무원일수록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모이라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IVNW 유형의 정체는…KTX서 유랑하는 공무원들 IVNW 유형의 정체는…KTX서 유랑하는 공무원들, 강경민 기자, 경제 www.hankyung.com 연구년 나와서 4개월을 출장 없이(학회 예외) 살아보니, 그동안 한국에서 최대 주 5회 출장 다니던 것이 얼마나 시간과 돈 낭비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출장이 기관별 규정에 의해 굳이 모일 필요가 없는데도 모여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출장 상당수는 정책 결정 면피용 자문회의였던 것 같습.. 2023. 6. 23.
교수에게 부여된 자유 오늘 교수 신문에서 인상 깊은 글을 읽었습니다. “교수사회 자정운동 없으면 자유 뺏길 것”…‘삶으로서의 역사’ - 교수신문 (kyosu.net) “교수사회 자정운동 없으면 자유 뺏길 것”…‘삶으로서의 역사’ - 교수신문 [깊이 읽기_『삶으로서의 역사: 나의 서양사 편력기』] 역사는 삶이고, 삶이 곧 역사이다. 역사가의 삶 또한 역사가 된다. 이 교수의 지적 편력은 서양사이지만, 역사학 전반에 걸쳐 있다. 이 책 www.kyosu.net 또한 『삶으로서의 역사: 나의 서양사 편력기』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교수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이 교수는 동료들과 대학 근처의 한 식당에 갔다가 음식점 아주머니의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 식당에 교수들이 자주 와서 화투를 쳤기 때문이다. 교수에게 부여된 자유는 당연.. 2023. 6. 7.
1995년 김건모 3집 논문 수정하면서 김건모 3집을 듣고 있습니다. 1995년, 기숙사에서 숙제를 하면서 많이 듣던 앨범 중의 하나입니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논문 작업을 하면 스무살 대학 1학년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김건모 3 1995년 덕윤산업에서 발매한 김건모의 정규 3집이다. 의 폭발적인 히트에 힘입어 총 286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기네스북에 최다 판매 앨범으로 기록된 기념비적 앨범이다. 그 terms.naver.com 1995년 2월,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에서 했는데,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으로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녹두거리 호프집에서도 이 노래만 나오면 다들 따라 부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특히, 신촌에 가면 리어카 가판대마다 울려퍼지던 노래였습니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이.. 2023.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