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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4

[나의 대학원 시절] 7. 포항의 여름 울산에서는 일주일 넘게 폭염 주의 문자가 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덥다해도 하루 종일 직사광선을 받은 포항공대 벽돌 기숙사의 밤을 생각하면 지금 이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기숙사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포항공대에 다니던 1999~2005년까지 층별 휴게실에만 에어컨이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 밤 11시~12까지 있다가 기숙사에 가서 방 문을 열 때 그 뜨거운 기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빨간 벽돌 기숙사는 보기에는 고풍스럽지만 한여름에는 최악이었습니다.샤워하고 선풍기를 켜고 겨우 잠을 청해도 중간에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습니다. 너무 힘들면 기숙사 휴게실에 가서 몸을 식혔다가 다시 방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연구실에 가기 위해 78계단.. 2024. 7. 30.
[나의 대학원 시절] 3. 포항에 관한 첫 인상 포항에 처음 방문한 것은 1995년 초 대학입시에서 본고사와 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춘천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20명 내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10시간 이상 걸려서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죽도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직접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참고로, 춘천은 영서지방이고 경기도와 붙어 있어서 사투리가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손님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강한 억양에 놀랐고, 시장 거리를 지나가면서 자기네 식당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어서 친구 어머니와 시장 상인이 크게 언성을 높이며 싸웠습니다. 늦은 밤 숙소에 춘천고 포항 선배님들(50~60대)이 치킨을 사 오셨는데, 많이 반가워하셨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너무 가기 힘든 길, 비릿한 바다 냄새, 경상도 사투리가 포항의 첫 .. 2023. 9. 23.
[나의 대학원 시절] 2. 석사 연구(유해물질 미생물 처리) 제가 석사 과정 중(1999.03~2001.02)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미량유해물질 분해/흡착 연구를 했는데 주로 수질 관련 연구였습니다. 다이옥신 등 할로겐화 유기오염물질을 바실러스라는 세균을 이용해서 제거하는 연구인데,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세균 키우고, 피펫 잡고 실험하고, 분석장비 돌리고, 초자류(유리기구) 설거지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아마 지금 대부분의 생물학/생화학 관련 실험하는 학생들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험 자체를 즐기는 학생에게는 적합한 연구주제였겠지만 제게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연구가 실용화 될 수 있을까?라는 것에 회의가 많이 들었습니다. 공학적인 연구 마인드가 앞서던 시절이었고, 화공과에서 비슷한 연구를 하던 동기와 선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회의감이 들.. 2023. 9. 22.
[나의 대학원 시절] 1. 포항공대 대학원에 입학한 이유 저는 서울대를 4년 만에 졸업하고(군대는 박사과정 중 병역특례), 바로 포항공대 대학원 환경공학부에 석사로 진학했습니다. 이후 포항에서 석사 2년, 박사 4년, 포닥 1년, 총 7년 동안 살았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대 학부생들이 포항공대 대학원에 많이 진학했습니다. 물론 제가 이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본가가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인데 왜 머나먼 (당시에는 대구-포항 고속도로도 없을 때였습니다) 포항으로 갔을까? 가끔 생각하면 연구차원에서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1994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이 생겼고(이전에는 학력고사), 저는 1995년 입시를 치렀습니다. 수능뿐만 아니라 본고사(논술, .. 2023.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