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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나의 대학원 시절] 3. 포항에 관한 첫 인상

by Prof. Sung-Deuk Choi 2023. 9. 23.

포항에 처음 방문한 것은 1995년 초 대학입시에서 본고사와 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춘천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20명 내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10시간 이상 걸려서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죽도시장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직접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참고로, 춘천은 영서지방이고 경기도와 붙어 있어서 사투리가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손님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강한 억양에 놀랐고, 시장 거리를 지나가면서 자기네 식당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어서 친구 어머니와 시장 상인이 크게 언성을 높이며 싸웠습니다. 늦은 밤 숙소에 춘천고 포항 선배님들(50~60대)이 치킨을 사 오셨는데, 많이 반가워하셨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너무 가기 힘든 길, 비릿한 바다 냄새, 경상도 사투리가 포항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포항 죽도시장 (출처: 인터넷)

 

두 번째로 포항에 방문한 때는 1998년 여름 대학원 면접일이었습니다. 고3 때 기억이 떠올라 서울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겁나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포항공항에 내려서는 포항공대에 들어가는 무료 셔틀을 탔습니다. 마침 대학원 면접을 보러가던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학생을 만나서 같이 학교에 갔습니다. 포항공대 정문을 통과할 때 정문 분위기가 압도적이라며 긴장하던 여학생의 말이 기억납니다.

포항공대 정문(출처: 인터넷)

이 여학생은 면접에서 긴장을 많이 했는지 탈락했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우리과 93학번 선배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고 합니다. 포항공대 전성기는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인 듯 합니다.

복도 의자에서 면접 대기를 하고 있는데, 면접 잘 보라며 초면에 아주 친근하게 대해주신 분이 나중에 알고보니 경종대 선생님이셨습니다. 면접에서는 전공지식보다는 희망 연구분야, 병역, 박사 진학 여부 등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굴뚝 다이옥신 시료채취 - 경종대 팀장님을 그리며

3월 4일 출근 전 아침에 연구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아래와 같이 단체 메일을 보냈습니다. 왜 갑자기 아침부터 굴뚝이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UNIST 환경분석)센터에서 다이옥신 굴뚝시료

eacl.tistory.com

 

세 번째 포항 방문은 석사 입학 전인 1999년 1월입니다. 

임시로 기숙사를 배정 받았고, 같은 석사 신입생 룸메이트를 만났는데 카이스트 생명과 출신이었습니다. 이후 무려 5년을 룸메이트로 지냈습니다. 당시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학생들도 포항공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상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경상도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전국 각지에서 포항공대 대학원에 가던 시절입니다. 앞으로 지역균형발전 등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런 현상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학과 오리엔테이션 행사와 오픈랩 등을 통해서 여러 연구실을 둘러보고 연구실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정식으로 연구실에 배정된 첫 날부터 오전 9시 30분에 연구실에 나와서 밤 10시~11시까지 실험을 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수시로 코피가 났고 혓바늘이 돋았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포항생활이 7년이 될 지는 몰랐습니다. 

6년 동안 한 방에서 살았던 포항공대 기숙사 19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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