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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41

다매체 환경 모델링 - Mackay 교수님을 추모하며 얼마 전에 다매체 모델 관련된 생각을 하다가 Mackay 교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이제 연세가 꽤 되셨을텐데...라고 생각하고 그냥 잊고 있었는데, 작년 10월 20일에 돌아가신 것을 알았습니다. 아래 추도사는 제 포닥 지도교수님이신 University of Toronto의 Frank Wania 교수님이 작성하셨습니다. 즉, Mackay 교수님은 제 지도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이십니다. In Memoriam: Don Mackay - Wania - 2024 - 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 - Wiley Online Library Mackay 교수님은 화학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연구도 많이 하셨지만, 휘산도(fugacity)에 기초한 다매체 모델링 연구분야의 기틀.. 2024. 11. 27.
환경 연구의 가치: 학문을 넘어 실질적 변화를 향하여 제가 대학원 다닐 때 환경 연구 관련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이 "이 연구를 해서 뭐가 바뀔까?"였습니다.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하다가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하면서 이런 고민이 더 커졌습니다. 제가 대학 4년 동안 배웠던 다양한 전공과목들은 모두 과학이었고, 공학 연구(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개발하거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등)를 접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석사과정 중에 환경공학을 전공하면서 미생물을 이용한 유해화학물질 제거 관련 연구를 했는데, 내가 하는 실험결과가 현업(기업체와 환경오염 현장)에 쓰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오염물질 제거가 비교적 쉽고 학술적으로는 좋은 주제이지만, 현장에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박사과정에서는 연구주제를 .. 2024. 9. 19.
연구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UNIST는 자율전공제입니다. 학부생이 아무 전공이라도 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비인기 학과는 학생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UNIST 학부 입학 정원 400명 중에서 우리 학과로 진입하는 2학년 학생은 10명 내외입니다. 10년 전과 완전히 다른 심각한 수준입니다. 4학년 10명 중에서 5명이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가정하고 학과 전임교원이 22명이므로, 자대생이 우리 연구실에 진학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4~5년에 한 명입니다. 앞으로 자대생이 우리 연구실에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고려해서 연구실을 운영해야 합니다.  국내 타대학에서라도 우리 연구실에 진학을 많이 하면 좋은데, 성적이 우수한 타대생들도 대학원 진학을 점점 기피합니다. 반면,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진학.. 2024. 8. 6.
[나의 대학원 시절] 7. 포항의 여름 울산에서는 일주일 넘게 폭염 주의 문자가 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덥다해도 하루 종일 직사광선을 받은 포항공대 벽돌 기숙사의 밤을 생각하면 지금 이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요즘은 기숙사 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포항공대에 다니던 1999~2005년까지 층별 휴게실에만 에어컨이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 밤 11시~12까지 있다가 기숙사에 가서 방 문을 열 때 그 뜨거운 기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빨간 벽돌 기숙사는 보기에는 고풍스럽지만 한여름에는 최악이었습니다.샤워하고 선풍기를 켜고 겨우 잠을 청해도 중간에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습니다. 너무 힘들면 기숙사 휴게실에 가서 몸을 식혔다가 다시 방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연구실에 가기 위해 78계단.. 2024. 7. 30.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과제 현황에 대한 생각 어제 교내 언론 스크랩에 나온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  관련 기사입니다.   “해외 교수 마다하고 30대에 들어왔는데, 연구비 0원"... 성장 체계 흔들리는 이공계 | 한국일보 (hankookilbo.com) "해외 교수 마다하고 한국 온 30대 공대 교수, 연구비 0원" | 한국일보수도권 소재 한 이공계 대학의 박성찬(가명) 교수는 얼마 전까지 해외 유명 대학 교수였다. 외국에서 일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큰맘 먹고 한www.hankookilbo.com 실체도 없는 연구비 카르텔을 잡겠다고 칼을 휘두른 결과입니다. 연구재단과제에 크게 의존하는 기초과학연구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연구재단 중견과제를 수행 중이어서 이번 과제 선정과는 무관하지만 몇 년 후에 연구재단과제를 수주하.. 2024. 6. 26.
[나의 대학원 시절] 6. 분석 장비 이야기 유기 분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는 기체크로마토그래프(GC)와 액체크로마토그래프(LC)입니다.저는 석사 1학년부터 상당히 많은 분석장비를 다루었습니다. 제 석사 논문에는 GC/ECD, GC/MS, HPLC, AA, UV-VIS, 전기영동을 이용하여 다이옥신(PCDD/Fs), 염화벤젠, 염화나프탈렌(PCNs), PAHs, 중금속, 탄수화물,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가 나옵니다. 박사과정 중에는 ICP-OES와 IC를 이용하여 중금속과 이온도 분석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중에 도입된 LC/MS/MS를 제외하고 당시 포항공대 환경분석센터 주요 장비는 거의 다 사용해 봤습니다. 아래 장비 사진은 제가 석사과정 중에 사용했던 국산(영린기기) HPLC입니다. 탈기장치(degasser)가 없어서 기기 사용 초기에 주.. 2024. 5. 17.
집중하는 방법 저는 어디에서나 집중을 잘 하는 편입니다.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연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제가 식당, 커피숍, 기차역, 공항, 심지어 버스 정류장에서도 논문 고치는 모습을 봤을 겁니다. 그냥 앉아서 노트북을 펼 수 있는 장소만 있으면 됩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제 능력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연구실을 운영할 수 없고 다른 연구자들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남들보다 시간 투자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정말 많지만,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게 꾸준히 노력하면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해낼 수 있습니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집중하기 위해서는 잡생각이 없어야 합니다. 생각이 많으면 논문 쓰기가 어렵습니.. 2024. 5. 4.
명함 정리하기 저는 박사과정 중에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시료채취를 하거나 여러 기관에 출장 다니면서 연락처를 남겨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여러 학회에 참석하면서 국내외 연구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명함을 많이 썼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연구자들 연락처를 금방 알 수 있지만 예전에는 명함을 교환해야 연락처를 제대로 알 수 있었스니다. 조교수로 부임하고 나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명함을 많이 썼는데, 요즘은 학계에서 만날 사람은 이미 많이 만났기 때문에 명함을 쓸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학회나 외부 회의에 참석하고 나면 어김 없이 명함 여러 장을 받습니다. 10여년 전까지는 명함첩을 쓰면서 필요 없는 명함을 정리하곤 했는데 이제는 따로 관리하기도 힘듭니다. 스마트폰에 리멤버 .. 2024. 4. 15.
교수가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이유 직업으로서 교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입니다.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 가장 편한 점은 교수가 되면 출퇴근이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포닥을 포함한 연구원이나 직원이 근로계약을 맺게 되면 업무시간이 명시되어 있고 반드시 이 시간을 지켜야 하지만, 교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 취업규칙 2장 5조 3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은 근무시간을 지켜야 하지만 교수(교원)의 근무시간은 자율적입니다. ③ 1일 근무시간은 오전 9시(시무시간)부터 오후 6시(종무시간)까지로 한다. 다만, 교원은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교수의 출퇴근에 대한 ChatGPT 답변입니다. 교수는 직급은 있지만 상사와 부하직원 같은 개념이 없습니다. 조교수로 처음 부임해도 기존 학과 교수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 2024. 4. 1.
Give and take에서 take 생각하지 않기 요며칠 여유 있게 음악 들을 시간도 없이 9시에 출근에서 6시 반까지 꼬박 일을 하고 있습니다. 퇴근해서도 취침 전까지 계속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면서 "아, 다시 한국 생활 시작이다"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많이 바쁘시죠?" 라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안 바쁩니다"라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항상 바빠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쁜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런 사람들은 꼭 무엇인가를 부탁하려고 전화를 합니다. 평소에 안부 전화가 없다가 갑자기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엇인가를 부탁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모 선배 교수께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대뜸 "왜 전화했어? 무슨 일 있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안부전화에요.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어요"라고 했.. 2024.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