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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R&D 카르텔과 이공계 교수

by Prof. Sung-Deuk Choi 2023. 10. 19.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R&D 카르텔 일원이 되어 있습니다. 전 정부 표현을 빌리자면 연구개발 적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계가 정부 성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은 사대강 사업 찬반논란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고, 광우병을 거쳐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 논란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기조에 따라 특정 단어가 연구 과제명에 붙어야 과제 수주 확률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묵묵히 본인 연구분야에만 매진해서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제 수주 확률을 올리기 위해 아무 곳에나 녹색과 창조를 붙이는 경우도 많이 봤고, 개인 연구실 연구원을 뽑는데도 공정해야 한다며 지원자 정보를 거의 못 보게 하고 면접에도 못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정권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서 환경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합니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정치 색안경으로 보느냐에 따라 환경 연구자가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항상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는 기업체 발목 잡는 경제성장 방해꾼이 되기도 합니다. 

 

내년에 R&D 예산이 줄어들 거라고 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기사에서 UNIST 학부생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시료 못 사서 연구 못할 수도…” R&D 예산 삭감에 한숨 깊어진 대학생들

“이대로라면 국내에서 연구자로 성장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

www.khan.co.kr

과기부에서는 급하게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과기정통부 “4대 과기원 학생 연구원 지원 축소 없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www.etoday.co.kr

 

기사만 보면 과기부나 개별 과기원이 학생 지원을 100% 책임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과기원 대학원생은 국가장학생 TO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등록비가 면제되고(수업 연한 이내만 면제이므로, 박사 고년차 등록금은 지도교수 부담) 일부 생활비 보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장학생 TO는 이제 절대적으로 부족해서(과기원 4개에 할당), 1년에 대학원생을 2-~3명 뽑게 되면다면 1~2명은 국가 장학생 TO를 못 받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지도교수가 등록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국가 장학생 기본 생활비도 대부분 지도교수가 부담합니다. 과기원은 다른 대학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일정 규모로 연구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수주해야 하고, 거기서 학생에게 인건비를 지급해서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야 합니다. 과기부에서 지원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교수가 알아서 벌어야 합니다. 과기부의 학생 인건비 지원규모가 유지되더라도 R&D 사업 지원이 축소되면, 학생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실험을 적게 해서 재료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올리면 학생들은 기존 수준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예전보다 실험을 적게 하고 학회 참석도 줄이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교수가 지도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연구비가 줄어들면, 해당 연구실 전반적인 연구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르텔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선 연구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잘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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