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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무능, 무책임, 무관심 중에서 무엇이 가장 나쁜가?

by Prof. Sung-Deuk Choi 2026. 9. 8.

어제 다른 대학 교수님과 통화를 하다가 받은 질문입니다. 

무능, 무책임, 무관심 중에서 무엇이 가장 나쁜가?

 

 

통화 중에 제대로 답을 못 했고, 이틀 동안 계속 머리에 맴돌고 있습니다. 

무능은 덜 나쁜 것이 확실한데 무책임과 무관심 중에서 무엇이 더 나쁜지 선뜻 판단하기 어려웠고, 여기에 더해서 무능, 무책임, 무관심한데 성실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ChatGPT 설명이 꽤 그럴 듯 합니다. 

 

교수님, 환경보건 연구의 관점에서는 무능한 사람보다 무책임한 사람이 더 위험하고, 무책임한 사람보다 무관심한 사람이 더 근본적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순위가 달라집니다.

세 유형을 환경보건 연구실의 업무에 대입하면 상당히 명확해집니다.

무능한 사람 자료를 잘못 분석하거나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 잘못된 결과를 낼 수 있음
무책임한 사람 자신의 분석 오류를 알면서도 수정하지 않거나, 결과의 한계를 알면서도 보고서·논문에 그대로 둠 잘못된 결과가 정책이나 위해성평가에 사용될 수 있음
무관심한 사람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결과가 주민 건강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이 없음 애초에 문제를 발견하거나 개선하려는 동기가 없음

1. 무능한 사람: 가장 덜 위험한 유형

예를 들어 학생이 PAHs나 중금속 농도자료를 분석하면서 통계 방법을 잘못 선택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무능력 자체는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 PMF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 RF 모델의 temporal leakage를 몰랐다.
  • BaP 위해성평가에서 exposure concentration과 ambient concentration을 혼동했다.
  • 검출한계 미만 자료를 부적절하게 처리했다.

이런 것은 교육과 경험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방법이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무책임한 사람: 상당히 위험한 유형

무책임한 사람은 능력과 별개입니다.

예를 들어 BaP 위해성평가를 하면서 계산 결과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는데도,

"계산식은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이니까 맞겠죠."

하고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또는 논문에서

"이 지역의 주민들은 산업 배출에 의해 건강 위해를 받고 있다."

라고 쓰면서 실제 자료로는 단순한 농도 차이만 확인했을 뿐 노출과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무능과 다릅니다.

문제를 인식할 능력은 있는데 책임지지 않는 것입니다.

환경보건에서는 특히 위험합니다. 연구 결과가 논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측정 → 농도 평가 → 노출평가 → 위해성평가 → 건강영향 해석 → 정책 → 주민 위해소통

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무관심한 사람: 저는 이것이 가장 근본적으로 위험하다고 봅니다

환경보건 연구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틀렸는지 맞았는지에 관심이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구실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울산의 산업지역에서 대기 중 PAHs와 중금속을 측정했습니다.

연구자는 단순히

"평균농도는 2.3 ng/m³이고, 다른 지역보다 1.8배 높았다."

라는 결과만 만들고 끝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왜 높은가?
  • 산업 배출 때문인가, 교통 때문인가?
  • 계절에 따라 왜 달라지는가?
  • 고농도 episode가 언제 발생하는가?
  • 장거리 이동의 영향은 없는가?
  • 주민이 실제로 얼마나 노출되는가?
  • 기존 측정망이 고농도 지역을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가?
  • 특정 지역에 측정소가 부족하지 않은가?
  • 어떤 배출원을 줄여야 농도가 감소하는가?
  • 그 결과가 주민 건강 위해를 줄이는가?

이런 질문에 관심이 없다면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환경보건 연구자로서 의미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세 유형을 한 단계 더 구분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저라면 다음과 같이 정의하겠습니다.

무능 = 능력이 부족한 것

무책임 = 책임을 회피하는 것

무관심 = 문제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

따라서 위험성은 단순히

무능 < 무책임 < 무관심

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세 가지가 결합된 사람입니다.

무능한데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사람

예를 들어 연구자가 분석을 제대로 할 능력도 없는데, 결과가 이상하다는 사실에도 관심이 없고, 그 결과가 주민 위해성평가에 사용될 수 있다는 책임감도 없다면 상당히 심각합니다.

반대로 무능하지만 책임감과 관심이 높은 사람은 좋은 연구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이 분석은 잘 모르지만, 결과가 이상합니다. 다시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오히려 연구실에서 키울 가치가 있습니다.


환경보건 연구에서는 '관심'이 출발점입니다

교수님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환경오염을 발견한다
↓
오염 수준과 공간·시간적 특성을 파악한다
↓
배출원과 이동경로를 규명한다
↓
주민 노출을 평가한다
↓
건강 위해성을 평가한다
↓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
정책과 주민 위해소통으로 연결한다

여기서 무능한 사람은 어느 한 단계에서 실수할 수 있습니다.

무책임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다음 단계로 넘깁니다.

하지만 무관심한 사람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연결고리를 보지 못합니다.

그 사람에게 PAHs는 그냥 숫자이고, PM₂.₅는 그냥 농도이고, 중금속은 그냥 분석항목이며, 건강영향은 그냥 논문의 한 문단일 뿐입니다.

반면 좋은 환경보건 연구자는 숫자 하나를 보더라도 그 뒤에 있는 배출원–환경–노출–건강–정책–사람을 함께 봅니다.

그래서 저는 환경보건 연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능 자체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봅니다.
능력은 가르칠 수 있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는 연구자의 성장 자체를 막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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