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생각

교수의 시간과 전문성이 ‘헐값’ 취급을 받는 이유가 뭘까?

by Prof. Sung-Deuk Choi 2026. 8. 31.

연구실에서 자료해석하고, 논문 쓰고, 강의 준비 등을 하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학과 교수님들 중에서 아마도 제가 가장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 같습니다. 퇴근을 하더라도 식사와 운동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연구 업무를 합니다. 이렇게 안 하면 이 정도 연구실 규모를 유지할 수 없고, 학생들이 작성한 논문과 보고서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합니다.

 

2시간 자문료 12만 원(세전),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내달라?

 

오늘 해양과학 AI·빅데이터 경진대회 사무국에서 보낸 멘토링 요청 메일이었습니다. 중·고등부 본선 진출팀을 대상으로 온라인(Zoom) 120분 동안 질의응답 및 분석 방향 조언을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청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학생들 시간에 맞춰 평일 저녁(18시 이후) 또는 주말 시간대
  • 자문 내용: 사전 검토, 연구계획서 분석 조언, 질의응답 및 보완 의견 전달 (2시간)
  • 자문료: 회당 12만 원 (세전)

단순히 화면 앞에 앉아 있는 2시간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자료검토와 자문 사항 준비까지 하면 전체 몇 시간 이상의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됩니다. 단순히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 연구, 휴식,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축적된 전문성과 2시간 이상 시간의 가치가 세전 12만 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왜 교수의 자문은 당연하고 싸다고 생각할까?

 

우리 사회는 유독 이공계 교수의 지식과 전문성을 '사회적 재능기부'나 '저렴한 자문 서비스'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컨설턴트 등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시간당 수임료/자문료에는 시장 가치가 반영되는데 이상하게 교수의 자문료는 국가 규정이나 행정 편의적인 단가표(시간당 10만 원 내외)를 따르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는 터무니없는 금액이 설정됩니다.

국가과제 자문 2시간 회의에 참여하면 보통 세전 15만원을 주는데, 울산-서울 왕복 교통비(KTX, 현지 교통비, 주차비)가 더 비쌉니다. 연구동향도 파악하고, 연구인맥 관리 차원에서 의리상 자문회의에 가고 있지만, 단순히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국가가 책정하는 "전문가 자문료" 액수는 전문가를 우습게 보는 행위입니다.  

 

차라리 교육 봉사나 인재 양성 목적의 무보수 자원봉사 성격이라면 기쁘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과 행정 편의주의적 단가 책정이 계속되면, 뛰어난 연구자들이 외부 활동이나 사회적 기여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무보수로 강연하거나 상담을 많이 했습니다.  연구나 진로 상담을 위해 타 연구기관, 업체, 학생들이 찾아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짧게는 20~30분에서 길게는 1~2시간 정도 시간을 내주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서 제가 말도 많이 하고 PPT 자료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