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이 가져온 기술 프린트물 일부입니다.
아직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증기기관, 내연기관, 자동차 동력전달 내용인데 기말고사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1990년대 초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갱지에 조악하게 복사된 내용입니다. 그림 해상도도 낮은데 이런 흑백 그림으로 증기기관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위 그림은 Thomas Newcomen의 증기기관의 원리를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James Watt의 증기기관과는 다릅니다. 그림과 설명문만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내용 설명이 부실하고 오류도 있습니다.
1번 그림에서 어디가 실린더이고 어디로 수증기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2번 그림에서는 문장의 인과관계가 잘못되었습니다. 수증기가 채워져서 그 압력으로 피스톤이 '밀려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양동이(와 펌프 장치)의 무게가 더 무겁기 때문에 지렛대 원리에 의해 양동이가 내려가면서 피스톤을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수증기는 피스톤이 올라가며 생긴 빈 공간을 그냥 따라 들어가며 채워줄 뿐입니다.
3번 그림에서 찬물을 뿌려 피스톤이 내려가고 양동이가 올라가는 결과는 맞습니다. 하지만 "왜" 내려가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실린더를 식히면 수증기가 물로 변해 내부가 진공(부압)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실린더 바깥의 대기압(공기의 무게)이 피스톤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누르기 때문에 피스톤이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 힘이 바로 우물 물을 퍼 올리는 '진짜 동력'입니다.
ChatGPT로 그린 그림입니다.

더 쉽게 이해하려면 동영상을 봐야 합니다.
증기기관 외에도 부실한 수업자료에 대해서 따로 정리해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 과목 뿐만이 아닙니다. 왜 상당수 선생님들이 교과서 내용을 상세히 가르쳐 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다들 주요 과목은 학원과 원격 강의 등 사교육에 의존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부모가 나서서 가르쳐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과목별 수행 평가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대충 가르치고 평가만 주구장창합니다. 시골 중학교에 다니는데도 애들이 놀 시간도 없습니다. 공교육에서 최대한 잘 가르치고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 분야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와 문제집을 보면 기가 찹니다. 대학교 전공 수업에나 나올 내용도 나오고 온갖 잡다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배운 아이들이 왜 대학에 오면 수업 시간에 눈만 껌벅거리고 잘 모르겠다고 하거나 입을 꾹 닫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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