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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학술지가 왜 필요한가?

by Prof. Sung-Deuk Choi 2023. 7. 21.

올해부터 대한환경공학회 국문학술지 부편집장(대기 분야)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편집장이신 정승우 교수님께서 올해 2월 학회 소식지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국문학술지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호소하셨습니다.

 

석사 2학년 여름방학에 제 첫 국문 논문을 환경공학회지에 게재했습니다. 그 후로 박사과정 중에는 영어로 SCI 논문만 작성했고, 박사 졸업 이후에 국문 논문을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특히 교육부 BK21 사업이 시작되면서 SCI 실적이 우선시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지역 환경문제를 다룬 연구결과를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지 않고 점점 국제 학술지에만 게재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울산의 환경문제를 다룬 논문이 한글보다는 영어로 더 많이 작성되는 현실입니다. 울산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울산시/울주군 환경부서 공무원도 최신 연구결과를 알기 어렵습니다. 설령 해당 영문 논문을 전달해도 전문적인 용어와 복잡한 그림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역 환경문제에 관한 정보공개 차원에서라도 국문 논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의 교수업적평가에서 국문 논문은 실적으로 거의 인정 받지 못합니다. 모든 평가가 SCI 논문 위주입니다. 환경전공 교수가 국가와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서 국문 논문을 발표하고, 중요한 국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환경정책수립에 기여를 해도 SCI 논문이 없으면 승진할 수도 없고 정년보장이 되지 않아서 학교를 떠나야 합니다. 2022년 환경공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을 살펴보면, 연구중심대학과 상위권 대학에서는 거의 논문을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졸업을 위해서는 SCI 논문 실적만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당수 대학원생은 SCI 논문만 작성하고 졸업합니다.  특히, 연구재단 과제 위주의 기초 연구를 많이 하면 긴 분량의 보고서도 제대로 쓸 기회가 없이 실험실 벤치와 후드에서 실험하고 영어로 논문 쓰다가 졸업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나중에 교수가 되고 연구원이 되면 학생이 작성한 국문 논문과 보고서를 제대로 수정할 수 없습니다. 이공계 국내 학술지 논문에 오탈자와 주술관계가 엉망인 논문이 많은 이유입니다. 

 

과학자는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한글로 글쓰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대학원 과정 중에 글쓰기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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