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학생들이 한글문서 작성할 때 반복해서 나타나는 문제점 정리했습니다.
1. 피동형 표현을 남용하지 마세요
한글에서 "~된", "~되어", "~되었다"로 시작하거나 끝나는 피동형 문장은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문장 첫머리에 피동형이 오면 주술 관계가 불명확해집니다.
문장의 생략된 주어(실제 행위의 주체)는 대부분 연구자입니다. 연구자가 행위의 주체이면 능동형으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2. 불필요하게 문장을 늘리는 서술어를 피하세요
단순한 상태나 결과는 짧은 서술어로 직접 표현합니다.
"~게 나타났다", "~것으로 확인되었다", "~것으로 판단된다", "~경향을 보였다", "~수준을 나타냈다" 등은 대부분 더 간결한 서술어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예)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 농도가 높았다.
단, 실험이나 모델링 결과를 신중하게 표현할 때는 "나타났다", "보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도 됩니다.
3. 주어와 목적어 조사를 구분하세요
한글에서 "~는/은"과 "~를/을"의 혼용은 문법적 오류를 만듭니다. "자료는 … 구축하였다" 구조에서 행위의 주체는 연구자이므로, 자료는 목적어("자료를")가 원칙입니다. 다만 주제어(topic)로 쓸 때는 "는"이 허용되므로, 문장 전체 구조를 바꾸어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4.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세요
같은 단어가 한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로 반복되면 어색합니다. 앞의 단어를 상위 개념이나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문장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및" 남용을 피하세요
"및"은 공문서·법령 문체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와/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및"을 쓰지 않습니다.
"및"은 두 항목을 대등하게 강조할 때 사용하세요.
6. 영어식 물주 구문(무생물 주어 + 서술어)을 피하세요
영어에서는 무생물 주어 + showed/indicated/revealed 구문이 자연스럽지만, 한글에서는 어색합니다.
예) "PAHs가 높은 농도를 보였다" → "PAHs 농도가 높았다"
7. "존재하다"를 남용하지 마세요
"존재한다"는 자연적으로 있다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수치나 자료, 기준값 등을 서술할 때는 "설정되어 있다", "높다/낮다", "마련되어 있다" 등 더 정확한 동사를 씁니다.
8. 용어의 일관성을 유지하세요
처음 등장할 때 약어를 설정하면 이후에는 일관되게 약어를 사용합니다.
또한 물질 나열 순서, 지명 표기 방식 등을 보고서 전체에서 통일합니다.
9. 요약문의 문장 어미를 통일하세요
요약문에서 명사(단어)로 끝나는 항목과 서술형 문장이 섞이면 어색합니다.
요약문 전체의 어미를 하나로 통일합니다. "~하였음", "~임" 형태로 통일하거나 "~하였다" 형태로 통일하되 혼용하지 않습니다.
10. 시제를 맥락에 맞게 쓰세요
완료된 연구 내용은 과거형으로 씁니다: "~하였다"
향후 수행할 내용은 미래형으로 씁니다: "~할 예정이다", "~하고자 한다"
11.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용하지 마세요
모델 추정 결과나 통계 결과에서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표현은 피합니다. 확인된 사실이 아닌 해석은 "~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등으로 신중하게 표현합니다.
12. 표기법과 띄어쓰기에 유의하세요
학자 이름에서 유래한 고유형용사**는 항상 대문자로 시작합니다: Bayesian, Gaussian, Pearson
측정 단위와 수치 사이는 한 칸 띄웁니다: 1 km × 1 km
13. 지명을 형용사로 쓰지 마세요
장소 이름을 형용사처럼 앞에 붙이는 표현은 영어식 표현입니다. "울산 농도"보다 "울산의 농도", "울산에서 측정한 농도"와 같이 씁니다.
14. 영단어를 그대로 쓰지 마세요
아주 특수한 경우 등을 제외하면 최대한 한글로 번역해서 쓰세요. 발음대로 한글로 쓰고 괄호를 추가해서 영단어를 적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마무리
위의 내용은 문법 교정이 목적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확하고 읽기 쉬운 글을 쓰기 위한 것"입니다. 문장을 쓴 뒤 스스로 반복해서 읽어보면서 어색한 표현을 수정해야 합니다. 특히, 퇴고할 때는 다음 내용을 꼭 확인하세요.
- 이 문장의 주어는 무엇인가? 주술관계가 적절한가?
- 행위 주체가 누구인가? 능동형/피동형 어떤 표현이 어울리는가?
- 더 짧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 동사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가?
- 앞에서 쓴 용어와 일치하는가?
- 구어체가 아닌가?
- 너무 어려운/생소한/구식 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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