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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대학교육, 기업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가?

by Prof. Sung-Deuk Choi 2026. 3. 13.

교수 신문에서 관심있게 읽은 글입니다. 

이 글의 핵심은 "기업 채용이 스펙에서 실무역량 중심으로 바뀌었으나 대학 교육은 여전히 이론 중심에 머물러 있으니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문제기반학습(PBL), 산학협력 확대, 디지털·코딩 역량 필수화, 포트폴리오 기반 졸업요건 등을 제안했습니다. 

 

기업은 변했는데, 대학은 그대로다 - 교수신문

[취업의 조건, 교수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⑦]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채용 방식은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 LG, SK, 현대자동차

www.kyosu.net

 

대학의 존재 이유를 기업의 인력 양성소나 직업학교로 보는 시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당 글에서도 비판적 사고와 인문학적 성찰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전체 논지는 철저히 취업 중심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특성화고나 전문대의 역할을 일반 4년제 대학이 사실상 떠맡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에서조차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교육과정을 재편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적잖은 거부감을 느낍니다. 연구중심대학의 학부 교육이란, 기업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탐구 능력의 기초를 쌓아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기업이 쉽게 수행할 수 없는 기초 연구는 물론, 실무적 연구도 병행함으로써, 이렇게 길러진 인재들이 기업의 단기 수익이 아닌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4년간의 학부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대기업 핵심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즉각적인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업의 욕심입니다. 그런 인재가 필요하다면, 적합한 수준의 대학에 계약학과를 설치하고, 전임 교원이 아닌 기업 실무자들이 직접 강의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미 연구중심대학에도 계약학과가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학부 4년은 해당 전공의 기초를 제대로 쌓기에도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닙니다. 유행하는 교수법을 따른다고 평범한 학생이 뛰어난 연구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시류에 따라 학과 이름을 바꾸고 검증되지 않은 전공을 양산하여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교육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구자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 본연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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