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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교수출신 공직자 후보 논문 검증

by Prof. Sung-Deuk Choi 2025. 7. 5.

교수 출신이 고위 공직자 후보에 오르면 제자의 학위논문을 표절했다/가로챘다 등의 기사가 종종 나옵니다.

학문 분야별로 다르겠지만, 이공계의 경우에는 제자의 학위논문이 출판되기 전에 해당 연구 내용으로 여러 편의 학술지 논문에 학생과 지도교수가 공저자로 투고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예를 들어, 학위 논문 1장에는 연구 전반적인 소개와 목적을 제시한다면, 2장, 3장, 4장, 5장 등은 학술지 논문으로 게재된 내용이 그대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6장은 전체 결론이 됩니다. 이러한 정상적인 연구활동과 학위 논문 작성 과정을 모르면 다음과 같은 엉뚱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1.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이 같은 내용이므로 중복 게재다.  

2. 학위 논문의 문장과 그림을 그대로 학술지 논문에 사용했으니까 표절이다.

3. 제자의 학위 논문에 있는 내용으로 학술지 논문을 작성했고 여기에 지도교수 이름이 들어갔으니 교수가 제자 실적을 가로챘다.

4. 학위 논문 한 편에서 학술지 논문 여러 편이 나왔으니까 연구 결과 쪼개기다.

 

이공계 기준으로 학위 논문은 정식 출판물이 아닙니다. 박사나 석사 과정 동안 어떤 연구를 했는지 종합 정리하고 학술적인 가치를 평가 받기 위한 심사용 서류 성격입니다. 정식 학술 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입니다. 논문은 학생 혼자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 학생들이 실험을 서로 도와주거나 결과 해석을 함께 하면 공저자가 되고, 지도교수는 실험 기자재와 연구비를 마련해서 학생 실험을 지원하며, 결과 해석도 같이 하고, 논문 수정을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학생이 작성한 초안을 새로 다시 쓰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장도 많이 고치고, 필요하면 그림도 직접 수정합니다. 그냥 말로만 학생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이공계 교수라면 학생과 함께 논문을 씁니다. 그리고 논문에 있는 내용을 책임지는 교신저자로 저자 목록에 올라 갑니다.   

 

이와 같은 이공계에서의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의 관계, 학생과 지도교수의 관계를 제대로 모르는 인문계 출신 기자들과 정치인들이 항상 엉뚱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이공계 교수들은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는 파렴치한이고 표절을 일삼는 비윤리적인 사람이 됩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교육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중복게재', '부당한 저자표시'…논문 의혹 이어지는 교육장관 후보자 | 중앙일보

4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8년 4월 충남대 대학원에 제출된 A씨의 박사학위 논문 ‘시스템 조명의 연출 변화에 따른 불쾌글레어 설계 지표 연구’에 지도교수로 이름

www.joongang.co.kr

 

 

제자 성과 가로채기 의혹에, 논문 중복 게재…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연구윤리 리스크' | 한국일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교수 시절 본인이 지도한 제자의 연구물을 자기 이름으로 여러 학술지에 중복 개제하는 등 연구윤리를 어겼

www.hankookilbo.com

 

기사에 나와 있는 두 논문을 찾아 봤습니다. 역시 해당 기자들은 이공계 논문 작성 현실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들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두 논문의 구성, 그림, 표가 거의 일치합니다.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신문 기사에 의하면 같은 문장도 많다고 하니 확실히 문제는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 순서가 아주 이상합니다. 보통 제자 이름이 첫 번째로 나오고 교수 이름은 뒤에 나오며 교신저자 표시를 합니다. 그런데 아래 두 논문에서는 교수 이름이 앞에 나오고, 제자 이름이 뒤에 나오며 교신 저자 표시가 교수가 아닌 제자 이름에 붙어 있습니다. 국내 이공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특이한 상황입니다. 제자가 실험을 했지만, 결과 정리와 토의 수준이 낮아서 지도교수가 거의 다 논문을 써줬다면 학생 대신 교수가 1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가 실험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학술적인 해석을 하고 실제로 논문을 마무리했느냐에 따라서 저자 순서는 바뀝니다. 그런데 아래 논문의 저자 순서와 교신저자 표기만 보면, 교수인 장관 후보자가 학생이고, 당시 박사과정 학생이 교수인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장관 후보자가 어떤 해명을 할 것인지 참 궁금합니다. 

 

 

결국, 7월 20일 장관 후보자에서 지명철회되었습니다. 

언론에서 1저자와 교신저자 문제도 지적했지만, 여전히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엉뚱한 문제 제기를 가장 크게 하고 있습니다. 학위논문 당사자인 학생이 연구논문에 교신저자로 들어가 있으므로 표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단, 같은 내용으로 두 논문을 작성했다면 중복게재/자기표절 문제 가능성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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