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까지 근무하면 UNIST 부임 만 16년이 됩니다. 65세 정년 퇴직을 고려할 때 앞으로 17년 더 근무합니다. 퇴직을 앞두면 박사과정 학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대학원생들과 실질적인 연구 기간은 10~15년 내외가 남은 것 같습니다.
오늘 대학원생 논문을 고치고, 해외 저널에 투고된 타 대학 젊은 교수의 논문을 심사하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논문 고치고 부족한 점을 찾아서 개선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 계속 발전할텐데 갑자기 퇴직하면 이 재능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그냥 동네 할아버지가 되는데, 연구자로서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오늘 사학연금 웹진 이메일이 왔는데, 마침 퇴직에 관련된 글이 있어서 링크를 올립니다. 사학연금 웹진 25년 1월호
이 글의 핵심은 "자신의 직급이나 직책이 곧 나"라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교수라고 해서 어디서 딱히 대우를 받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착각에 빠질 우려는 없지만, 은퇴 교수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곳이 없다면 엄청한 사회적 손실이 아닐까 합니다.
대학 졸업 후 10년을 공부해서 교수가 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교수님들이 연구교수로라도 몇 년 더 대학에 남으려고 하고, 아예 창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해서 창업했던 교수님들 상당수는 자의반/타의반으로 학계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연구소 운영이나 재능기부 차원의 창업은 고려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 최신 연구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용역과제를 수주하려는 사람들이 곱게 보일리는 없습니다. 퇴직 시에도 해당 분야 최전선 연구를 하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제 앞으로 남은 10~15년 기간에는 단순히 논문 쓰고 과제 수행하는 것을 뛰어 넘어, 지속적인 학문발전과 실질적인 환경개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연구 결과가 중앙정부 혹은 지자체 현업에 활용되며, 제자들과 후배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 있게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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