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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

연구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by Prof. Sung-Deuk Choi 2024. 8. 6.

UNIST는 자율전공제입니다. 학부생이 아무 전공이라도 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비인기 학과는 학생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UNIST 학부 입학 정원 400명 중에서 우리 학과로 진입하는 2학년 학생은 10명 내외입니다. 10년 전과 완전히 다른 심각한 수준입니다. 4학년 10명 중에서 5명이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가정하고 학과 전임교원이 22명이므로, 자대생이 우리 연구실에 진학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4~5년에 한 명입니다. 앞으로 자대생이 우리 연구실에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고려해서 연구실을 운영해야 합니다. 

 

국내 타대학에서라도 우리 연구실에 진학을 많이 하면 좋은데, 성적이 우수한 타대생들도 대학원 진학을 점점 기피합니다. 반면,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울산대나 지방국립대 여러 연구실을 보면 외국인 대학원생이 더 많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대학원에 백인은 별로 없고 대부분 아시아계 학생들이 있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대학원생이 부족하다고 외국인 학생을 많이 뽑을 수도 없습니다. 외국인 개인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수 있지만, 보고서 작성과 각종 과제 업무 등을 거의 못하기 때문에 연구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한국인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인구감소로 인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거라고 하는데 대학원 연구실 상당수도 비슷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방대학은 물론이고 과기원 비인기 학과에서 연구실을 정상적으로 꾸리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미래가 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 그냥 시대에 순응하며 연구실이 작아지는 것에 적응하면서 연구를 줄인다.
  • 외국인 학생과 포닥 위주로 연구한다. →  부처별 유해물질 관련 연구과제 특성상 불가능, 기초과학 전공자라면 가능
  • 한국인 대학원생을 적극 유치한다. → R&D 예산 삭감, 대학원 기피, 의대 선호, AI 등 특정전공 선호의 현실에서 가능할까?
  • 학생 수급이 원활한 대학으로 이직한다. → 우수한 대학원생 확보 차원에서는 이것 밖에 답이 없는 듯한데, 학생수 제외하고 과기원보다 연구여건 좋은 곳이 있나?

중견 교수로서 이 정도 연구 기자재를 보유하고 있으면 많은 학생들과 연구실적을 쏟아내야 하는 시기인데, 벌써 이런 고민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교수가 되기 전에 "GC/MS 한 대 있는 작은 실험실만 있어도 좋겠다"는 일기를 썼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앞으로 학생들이 없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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