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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우리 연구실 논문 서식을 사용하라고 하는 이유

by Prof. Sung-Deuk Choi 2024. 1. 31.

우리 연구실에서 논문을 작성할 때는 모든 구성원이 같은 서식의 MS 워드 파일을 사용합니다. 이 서식 파일로 논문을 작성하면 대부분의 학술지에 서식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투고할 수 있습니다(참고문헌 서식은 EndNote로 변경할 때가 있음). 

 

제가 석박사 학위 과정과 포닥 10년 동안 논문을 작성한 경험을 토대로, 가독성을 위한 글자 크기, 줄간격, 줄번호, 문단 구문 간격, 참고문헌 위치와 개수 파악을 위한 색상 지정, 교신저자와 공동저자 정보를 위한 각주, 그림과 표 제목 서식 등을 최적화했습니다. 제가 포닥 4년차이던 2008년에 초안을 만들었고,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완성했습니다. 다른 연구진과 공동으로 논문을 작성하거나 해외 학술지 논문을 심사하면서 다양한 논문 서식을 봤지만, 우리 연구실 서식만큼 명확한 규칙이 있고 완결된 서식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15년 넘게 사용한 서식이라서 제게는 가장 작업하기 익숙합니다. 

 

그런데 꼭 이 서식을 따르지 않고 본인 마음대로 수정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아서 줄간격이나 들여쓰기 등이 중구난방인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석사부터 공부한 학생들은 후자 쪽이 많고(학생들 성격에 따라 많이 다름), 외부에서 박사를 하고 포닥으로 온 연구원들이 전자가 많습니다. 본인들이 익숙한 서식이 있기 때문에 그 서식과 우리 연구실 서식을 섞기도 합니다. 

 

예전 모 외국인 포닥은 논문을 여러 차례 수정할 때마다 우리 연구실 서식으로 변경해서 주면  다시 본인 서식으로 바꾸기를 반복했습니다. 또 다른 포닥은 내용이 중요하지 서식이 왜 중요하냐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주관이 강하다고 좋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이런 사람들은 고집이 세고 실질적으로 논문을 잘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논문 서식과 참고문헌 목록만 봐도 대충 논문 수준이 예상이 됩니다. 서식에 맞게 잘 작성하고, 참고문헌 목록 서식에도 문제가 없으면 단순히 서식뿐만 아니라  논문 내용도 아주 꼼꼼하게 검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논문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인쇄될 크기를 고려해서 가독성 있게 소제목과 축제목 등의 크기를 조절하고, 그림의 비율을 맞추고, 여러 자료가 있을 때 구분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색상을 사용하는 등 독자를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논문 서식도 잘 맞추고 결과 해석도 좋습니다. 

논문 서식을 따르라는 것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좋은 논문을 쓰는 전략입니다.

 

  • 지도교수가 최대한 작업하기 편하다. 그래야 빨리 피드백이 가능하다. 
  • 논문 초보 같지 않고 전문가 같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심사자도 논문을 검토하는데 편하다.
  • 독자를 고려해서 꼼꼼하게 서식을 맞추다 보면, 논문 내용도 자연스럽게 상세히 검토할 수 있다. 

 

P.S.

사실 제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은 가독성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게 글자 크기를 크게 하고 최대한 문장을 짧게 쓰고 간격을 넓게 합니다. 중간 중간에 아이콘이나 사진을 많이 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글만 잔뜩 있으면 요즘 학생들은 잘 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의 최대 목적은 대학원생들의 연구력 향상을 위한 노하우 전달과 연구자로서의 보람이나 현실을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야 학생들도 저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 학생들과 대면할 기회가 급속히 줄었고, 같은 이야기를 10년 넘게 반복하다가 지쳐서 점점 학생들에게 연구 결과 해석에 관한 얘기만 하고 그 외의 여러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 블로그 상당 내용은 불편을 감내하고 책을 읽는다는 심정으로 읽어야 합니다. 짧은 정보제공 위주의 글보다는 긴 글 속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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