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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지도 방식

by Prof. Sung-Deuk Choi 2023. 3. 29.

교수마다 지도방식이 아주 다르기 때문에 학생은 지도교수의 성격과 실질적인 지도 방식을 잘 알아야 합니다. 보통 1~2년 정도 대학원에 다니면 파악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선배들에게 물어봐서 확실히 지도교수를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석사 과정, 특히 1년차 학생에게는 거의 잔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주간보고서(매주 월요일에 드롭박스에 한 장짜리 보고서를 올립니다)를 통해서 논문과 과제 진행사항을 파악하고, 몇 달에 한 번 정도 개별 회의 등을 통해서 석사과정 학생의 연구 진행사항을 파악합니다. 제가 직접 석사과정 학생에게 설명하거나 지시를 하면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박사과정 2년 차 정도는 되어야 연구관련해서 제대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 학생을 배석시키거나 박사과정 학생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서 석사과정 학생들의 연구진행을 도와주게 합니다. 석사 2년차 여름부터는 연구 진도와 학위논문 작성을 위해서 회의 횟수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교수가 찾지 않는다고 석사 2년 내내 사무실에 거의 안 오는 학생도 있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연구결과를 보여주며 지도를 받는 학생도 있습니다.   

 

박사과정이 되면 학회초록, 과제 제안서, 보고서, 논문, PPT 작성 횟수가 석사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아지며 수시로 지도를 받습니다. 연구관련 회의나 학회에도 함께 많이 참석해서 발표, 질의응답, 전문가들의 토의과정을 생생하게 접합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접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연구자들과 이메일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연구를 왜 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갑니다. 석사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지도교수의 인성이나 연구활동에 대해서 알 수 있어도, 지도교수의 실질적인 연구 지도력과 교육/연구 철학을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실력이 선형으로 증가하지 않고 계단식으로 증가한다고 생각하며 지도를 합니다. 석사와 박사(외부 석사 졸업) 신입생에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초 실력을 닦을 수 있게 기다립니다. 연구실의 다양한 과제에 참여해서 시료채취, 자료 수집, 실험, 그래프 작성, PPT 작성 등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최소 1년 이상 걸립니다. 이렇게 연구실 생활을 하다보면 당장 본인의 학위주제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실험실 차원의 과제 업무도 수행하면서 기본기를 갖추어 나갑니다. 일부 학생들은 "내가 이거를 왜 하나?"라며 온갖 불평불만을 호소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험도 나중에 본인 연구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5년, 10년 뒤에 "아, 옛날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연구실력이 향상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계단식으로 실력이 향상된다고 믿습니다.

 

예전 홍콩 무술영화(성룡 주연)를 보면 무림 고수는 제자에게 바로 핵심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청소만 시키고 물 길어오는 등 허드렛일만 시킵니다. 자연스럽게 기초 체력이 단련되고, 스승이 시키는 이상한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본인이 고급 무술을 익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무술을 배우러 왔는데 이런 것만 시킨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서 연구능력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일부 학생들은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바로 핵심 연구를 수행하기를 원합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내용이 명확한 분야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는데, 우리 연구분야에서는 실험 몇 번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벼락치기 하듯이 밤새워 실험한다고 좋은 논문을 쓸 수도 없습니다. 꾸준히 실력을 쌓아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야(시료채취, 전처리, 기기분석, 통계처리, 그래프 프로그램, 자료처리 언어, 모델링) 제대로 측정분석과 모델링 결과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학생이 엑셀로 그래프 그리고 남들 다 하는 기초 통계처리를 해 봐야 환경자료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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