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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리젝에 대한 생각 (논문 리젝에 대한 현명한 자세)

by Prof. Sung-Deuk Choi 2022. 2. 22.

해외 저널에 투고된 논문을 심사하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포닥 첫해에 지구과학 저널에 투고한 논문이 리젝되었습니다. 미국인 교수가 심사위원이었는데 실제로는 해당 연구실 한국인 박사과정 학생이 심사했습니다. 보통 익명으로 심사를 하지만, 심사서에 학생 이름을 언급해서 누구인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SCI 논문 한 편도 없던 학생이 제 논문에 대해서 “영작 실력이 형편없다”를 비롯해서 연구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엄청난 혹평을 했습니다. 이후에 이 논문은 최상위 저널에 게재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논문을 가장 잘 쓰던 시절이었고, 원어민 영문교정 후에 투고한 논문이었는데도 왜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이 이런 평가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학생은 이후에 박사 졸업하고 15년이 넘었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습니다. 

논문 심사를 많이 하다 보면 어이없는 수준의 논문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감정적인 심사평을 쓰지는 않습니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해서 쓴 논문인데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는 건설적인 평가를 해야지, 위에서 언급한 학생처럼 남의 노력을 폄훼하는 심사서를 쓰면 안 됩니다. 

저는 요즘 하루에도 몇 편의 논문 심사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많이 거절합니다. 유명한 교수들에게는 더 많은 심사 요청이 가겠지요. 그러나 이분들도 너무 바빠서 심사를 거의 못 합니다. 그러면 이들보다 덜 유명한 연구자(신임교수, 포닥, 박사과정까지)에게 논문 심사 요청이 갑니다. 많은 저널 에디터들이 제대로 된 심사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결국, 수준 이하의 연구자가 엉터리 심사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제가 몇몇 저널 에디터를 하면서 경험했는데, 외국인 심사자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최대한 경력이 짧은 연구자에게 심사요청을 하면 수락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논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가 논문을 심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여러 차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므로 논문이 리젝되더라도 너무 개의치 말고 필요한 정도만 수정해서 다른 저널에 투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초보 연구자와 학생들이 논문 리젝 결과를 받으면 충격을 받습니다. 빨리 잊고 다른 곳에 바로 투고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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