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운동 삼아 동네 뒷산에 오릅니다.
솔잎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솔잎을 밟는 느낌과 소리는 일반 활엽수 낙엽을 밟는 느낌과 많이 다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솔잎과 활엽수잎에 침착된 다이옥신(PCDD/Fs)과 유사 화합물질(PCBs, PCNs) 모니터링 논문을 수정했습니다. 예전에 환경과학원 환경시료은행에서 분양 받은 시료 분석 결과인데 실제로 논문으로 작성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은 솔잎이 활엽수잎보다 더 효과적으로 오염물질을 축적하고 대기오염도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사용한 시료는 낙엽이 아니라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잎입니다. 솔잎은 1년 이상 자라면서 모든 계절에 배출된 오염물질을 축적하고, 활엽수잎은 봄~가을 생장기간 동안에만 오염물질을 축적합니다. 화석연료 연소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당연히 겨울에 농도가 높아지는데 활엽수는 이러한 배출 효과를 반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낙엽이 되면서 오염물질의 환경거동은 더 복잡해 지는데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거나 모델링하는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침엽수와 활엽수 낙엽은 함께 지표로 떨어지고 분해되어 토양 유기물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은 토양으로 이동하거나 태양광과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토양에 서식하는 생물에 축적되기도 합니다.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 토양에 축적된 오염물질은 대기로 휘발되기도 합니다. 대기로 휘발된 오염물질은 다시 잎에 흡착되거나 흡수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제대로 모니터링하는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매체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 상황을 어떻게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수종이 다양하고 토양 종류와 토지피복(콘크리트 등)이 복잡한 상황이라면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오염물질의 환경거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 경우에 가장 편한 논리가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을 고려해서 모델을 간단히 만들자"가 되겠습니다. 모델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논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아주 작은 공간에 대해서도 얼마나 정확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여러 추가적인 환경거동(빗물이 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먼지에 있는 오염물질을 지표로 이동, 소나무 껍질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미세먼지는 얼마나 될까? 등)을 어떻게 모델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애초에 자연을 정확하게 모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라는 근본적인 회의감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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