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나 학회 발표 등을 하면 질의응답이 활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회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외 여부를 막론하고 한국 사람들은 질의응답이 활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만 모이는 소규모 회의에서는 온갖 질문이 나오고 열띤 토론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수줍어서 질문을 잘 안 한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립환경과학원 과제 보고회를 하거나 세미나를 하면 질문이 상당히 많습니다. 해당 연구과에 필요한 전문적인 내용을 발표하기 때문에 질문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꼭 전문가 회의가 아니라도 주제가 본인의 관심사라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온갖 질문을 합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특강을 했었는데, 그렇게 질문을 많이 받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학회에서 발표하거나 강의를 했는데 질문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1.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2. 관심 없는 주제다.
3. 발표를 너무 잘해서(상세히 잘 이해할 수 있게 발표) 질문할 내용이 없다.
4. 전공 분야가 달라서 전혀 이해할 수 없다(적당히 이해되어야 질문할 수 있음).
5. 다음 일정이 급해서 수업이 늦게 끝나는 것이 싫다.
6. 다른 학생들은 다 이해하고 있는데, 혹시 나만 몰라서 질문하는 것이 아닐까?
7.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라서 영어로 질문하기 부담이 된다.
8. 연사 수준이 낮아서 내가 질문해 봐야 제대로 답변을 받을 수 없다.
9. 질문을 많이 하면 나대는 것처럼 보이니까 가만히 있자.
10. 만사가 귀찮다. 빨리 끝내라.
질문을 안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질문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 경험 때문입니다.
대학 전공필수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을 했는데, 해수를 바닷물이라고 했다고 면박을 당했습니다. 교수님이라고 했다고 뭐라 하시고(교수는 직함이다. 선생으로 불러라)…. 질문만 하면 지적을 하셨습니다. 다시는 해당 수업에서 질문을 안 했고, 그 교수님 개설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하라고 하고서 면박을 주면 어떤 학생도 질문을 안 합니다.
억지로 질문을 유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표목적과 청중의 수준을 파악해서 상대가 원하는 발표를 하면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좋은 호응을 이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이옥신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다이옥신이 독성이 있고 스톡홀름협약에서 규제된다는 것을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학위논문 심사위원이 이 세부 분야 전공자가 아닌데 전문 학회 발표하듯이 어려운 내용으로만 발표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모두 청중을 고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발표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질문을 안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질문할 분위기나 상황이 되면 시키지 않아도 질문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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