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교수는 학생에게 연구 주제를 주거나 흥미로운 논문을 건네주면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연구실 프로젝트 주제가 자연스럽게 학생의 졸업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졸업 연구주제를 정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구주제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사학위 연구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입니다.
석사과정과 박사 초년차까지는 지도교수가 학생을 끌고 가지만, 그 이후에는 학생이 지도교수를 끌고 가야 합니다. 지도교수의 상황을 파악해 보면 왜 그래야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교수는 연구만 하지 않습니다. 강의와 교내외 활동, 행정업무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위와 포닥과정에 비해서 최신 논문을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교수가 새로운 통계기법, 프로그램, 장비를 배우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점점 직접 몸으로 연구를 못하고, 머리로 생각만 많이 합니다.
결국, 대학원생과 포닥이 교수가 하고 싶은 연구를 대신합니다. 교수는 비록 직접 데이터를 만들지 않지만, 대학원생의 연구결과를 보면서 간접 경험을 축적합니다. 국내외 학회에 참석해서 전 세계적인 연구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연구주제를 발굴합니다. 특히, 연구실에서 다루는 분야가 다양하면 지도교수가 모든 분야를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박사 고년차에는 지도교수보다 세부 연구 내용을 잘 알아야 하고, 지도교수를 가르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연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고 자기주도적인 연구를 하는 학생이 많으면, 교수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계속 새로운 연구를 접하고 학생과 함께 성장합니다. 유명 교수 혹은 대가는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0년대 이후로 이공계 상위권과 중위권 대학의 신임 교원의 학벌, 경력, 실적은 거의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부임 후 10년 이상이 지나면 엄청난 격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좋은 학생이 있어야 연구과제를 수행해서 논문을 쓰고, 이 실적을 바탕으로 또 과제를 수주하는 선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애초에 학생 수준이 낮으면 높은 수준의 연구는 불가능합니다. 본인의 연구를 통해 지도교수의 전문성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 연구실 차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학생인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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