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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글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누구 책임인가?

by Prof. Sung-Deuk Choi 2023. 6. 16.

글을 읽었는데 이해가 안 되는 이유는 첫째, 해당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전문학술 영역 지식 또는 어휘력 부족), 둘째, 작가가 글을 엉터리로 쓴 경우입니다. 전자는 대학원 신입생이 흔히 겪는 현상입니다. 실험 기자재와 용어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논문을 읽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직접 실험을 하면 6개월에서 1년 뒤에는 학술 논문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후자입니다.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명 작가들도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한자어, 영어 번역체, 어법에 안 맞는 표현을 섞어 가며 문장을 현란하게 작성합니다. 글은 독자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하고(제가 쓰는 글은 대부분 학부 고학년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기본을 망각한 글은 독자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합니다. 

 

제가 대학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과목이 지리학 개론입니다. 이 재밌는 과목을 이상한 교과서로 공부했습니다. 분명히 국문 개론서인데 한 장 읽고 해석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어렵다고 하는 영어 전공 교과서는 술술 읽었습니다. 한국 대학생이 교양 과목 개론/입문서를 읽었는데 제대로 해석이 안 되면 학생 문제인가요? 몇 년 전에 해당 지리학 개론 교과서를 다시 읽어 봤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제 자신이 아니라 저자의 글쓰기가 문제였습니다.  

 

책의 한 문장입니다. 일단 문장이 길고, 쉼표가 없어서 문장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주어가 무엇인지 한 번에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첫 문구의 "요구되는데"와 마지막의 "요구되는 기량이기도 하다"는 문장의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실제로 지리적 접근을 위한 제현상에 대한 지도화가 요구되는데 실제의 도상작업의 기법과 머리 속에 그려 영상화되는 영상지도화의 훈련이 필요하고 나아가서는 주어진 지도를 읽을 수 있는 독도(map reading)와 제사상들의 지리적 상관관계에 대한 해상력은 지리학연구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량이기도 하다.

제가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하는데도, 위의 글은 여전히 난해합니다. 만약 이 책을 참고문헌으로 추가하여 환경 GIS 개론서를 쓴다면, 우선 문장을 여러 개로 나누고 어려운 한자어를 최대한 쉬운 표현으로 고쳐야 합니다. 

 

과학기술자 글쓰기는 독자층이 명확합니다. 

실험 논문을 쓴다면 다른 나라의 독자(연구자)가 그대로 따라서 실험할 수 있게 가전제품 매뉴얼이나 요리 레시피와 같이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본인만의 독특한 문체(보통 콩글리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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