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옥신으로 대표되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은 주로 대기로 배출되지만 다매체 환경거동을 거치기 때문에 POPs 연구자가 한 매질만 다루는 경우는 드뭅니다. 소각장 대기 배출 연구를 하다보면 주변 환경 대기(미세먼지), 토양, 퇴적물, 식물(솔잎 등), 물 시료도 채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시료 중에서 특히, 표층 토양 채취가 가장 쉽습니다.일반적으로 대기침적에 의한 토양 오염을 연구할 때는 간단한 토양 샘플러나 모종삽으로 현장에서 몇 초 만에도 쉽게 시료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물론, 토양(지하수) 오염을 더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시료채취 장비가 필요합니다. 토양은 시료채취 이후 보관하기도 쉽고, 전처리 과정에서 컬럼 정제만 잘 하면 특별하게 분석하는데 어려운 매질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분석기술만 있다면 누구라도 토양오염 연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수강 과목 상당수가 암석/토양/지화학 관련 과목이었습니다.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할 때는 소각장, 산업단지, 산불 현장에 가서 토양 시료를 채취했고, 캐나다에서 연구원 생활을 할 때도 토양 PAHs 오염 연구를 했습니다. 현재, 제 연구실에서는 대기오염 연구도 많이 하지만 토양오염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토양 중 POPs/PAHs/중금속 관련 SCI 논문을 16편을 게재했고, 지금까지 가장 피인용 횟수가 많은 논문은 대기오염 관련이 아닌 토양 PAHs 논문입니다. 현재 준비 중인 토양오염 논문도 몇 편 더 있습니다. SCOPUS에서 POPs, soil, Korea, dioxin 등으로 검색하면 대부분 우리 연구실 논문이 나옵니다. 국내에서 POPs 토양오염 연구를 가장 전문적으로 수행한 것 같습니다.
날짜는 많이 지났지만 아래 신문기사를 보면 POPs 분석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지 못하고, 실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분들이 현실을 잘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토론자 중에서 실제로 토양시료 채취, 추출, 컬럼 정제, GC/HRMS 분석, QA/QC, 통계처리, 학회발표, SCI 논문 작성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 전문가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POPs 분석 전문가나 해당 전공 교수 없이 토론회를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 것처럼, 환경연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환경 전공자 상당수도 이렇습니다. 책과 논문으로만 공부한 분들이 유해물질 모니터링과 모델링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주제의 환경관련 토론회나 자문회의에 초청되었다면 참석을 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 흉내 내는 사람은 금방 들킵니다. 남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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