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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개

울산 대기질의 역설: 깨끗한 공기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

by Prof. Sung-Deuk Choi 2024. 12. 24.

 

 

[기고]울산 대기질의 역설: 깨끗한 공기에 숨어 있는 유해물질 - 경상일보

울산의 대기질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개선되었다. 중구 성안동에 있는 영남권대기환경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4년 26 μg/m3에서 2023년 14 μg/m3로 46% 감소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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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대기질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개선되었다. 중구 성안동에 있는 영남권대기환경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4년 26 μg/m3에서 2023년 14 μg/m3로 46% 감소했다. 대표적인 화석연료 배출 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농도도 동일 기간에 각각 65%와 41% 감소했다. 2023년 울산시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18 μg/m3)는 서울(20 μg/m3), 인천(22 μg/m3), 경기(21 μg/m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제 울산에서는 대기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다양한 화학성분으로 이루어진 복합 오염물질이다. 미세먼지 중량 농도뿐만 아니라, 그 구성 성분에도 주목해야 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제외한 주요 발암물질 대부분은 미세먼지 안에 존재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면 독성물질 농도도 함께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울산에서는 꼭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특히, 산업단지 주변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울산광역시 환경보건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단 지역의 질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농도는 주거지역보다 4배, 할로겐화 PAHs 농도는 3배 이상 높았다. 이 결과는 울산 산단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는 낮더라도, 독성물질 농도는 여전히 높음을 의미한다.

울산의 미세먼지에는 최소 수백 종 이상의 유기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독성물질일 가능성이 있다.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는 크게 줄었지만, 독성은 여전히 높을 수 있다. 다양한 물질이 산단에서 직접 배출되고 대기 중에서 새로운 오염물질이 생성되는데, 울산의 미세먼지에 어떤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실제 독성 또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울산시민이 얼마나 다양한 오염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며, 산업활동 증가로 인해 앞으로 어떤 새로운 물질에 노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특정대기유해물질은 저농도에서도 장기적인 섭취나 노출에 의하여 사람의 건강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위해를 끼칠 수 있어 대기 배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물질로, 현재 35종에 불과하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울산 일부 지역에서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과 PAHs 등을 포함한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지만, 측정하지 않는 물질이 훨씬 많다.

따라서 법적으로 관리되는 물질들이 국내외 환경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대기질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개별 화학물질의 독성이 낮아도 여러 화학물질이 혼합되면 독성이 증가해 위해도가 높아질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울산시 특화 연구는 아직 수행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울산 산단 주변 주민들의 환경성 질환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연구 주제다. 산단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다른 지역 주민들에 비해 더 많은 건강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통계적으로 증명되었지만, 어느 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얼마나 배출되고 확산되어 인체로 유입된 후 어떤 경로로 질병을 유발했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측정 대상 물질을 확대하고, 비표적 분석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등을 접목해 유해화학물질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 자료와 주민 건강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건강 영향 원인물질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울산에 특화된 환경 및 생체 시료은행을 구축해, 새롭게 등장할 신종 유해물질의 과거 노출을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연구라 할지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연구다.

최성득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동남권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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