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과제 결과로 논문을 작성하면 과제 발주기관이나 공동연구자들의 실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 자체로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논문을 써야 학술적인 기여가 가능합니다.
며칠 전에 홈페이지 연구실적 목록을 업데이트했는데, 타 기관에서 작성하고 있었으나 몇 년째 멈춘 논문 초안 목록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제가 직접 논문 그림을 그렸거나, 우리 연구실 분석 결과를 제공했거나, 초안을 검토해 준 논문들인데 주저자의 취업이나 기관 사정으로 논문 작성이 중단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기다려도 연락이 없고, 몇 번 진행사항을 문의해도 답이 없으면, 더 연락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연구가 흐지부지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그 사람들과는 함께 연구하지 않습니다. 설령 어쩔 수 없이 과제를 같이 하더라도 실질적인 연구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논문 빨리 못 써서 미안하다고 수 차례 사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여름 방학에 초안이 나올 것 같다’, ‘내년 초에는 투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저자가 바빠서 지체되고 있다’ 등의 변명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제 1저자에게 논문을 완성하라고 해도 지도교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이 논문이 아닌 다른 후속 연구 결과로 논문을 투고했으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논문 작성 외에도 모든 연구 업무를 확실히 마무리해야 합니다. 마무리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허언(虛言)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어떤 업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 지도교수에게 늦지 않게 이유와 해결책을 보고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 일은 어떻게 되고 있어?’라고 물었을 때, ‘안 했는데요, 하다가 어려워서 못했어요, 다른 일로 바빠서 못했는데요’라고 하는 것이 최악입니다. 협업의 기본은 상대방이 궁금하지 않게 자주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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