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언론에서 가장 주목하는 내용이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라는 것입니다.
기자분들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검출되는 물질이고, 모든 식품과 환경에는 무조건 이런 발암물질이 있다"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기사화가 되고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때는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경각심을 일으키는 좋은 효과도 있지만, 이것이 일파만파가 되면 농민이나 기업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결과를 신중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언론사에서는 본인들이 필요한 내용만 사용하기 때문에 진의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한편, 공무원이나 기업체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더라도 환경기준치를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많이 취합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아주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논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1. 수많은 유해대기오염물질 중에서 배출허용기준과 대기환경기준이 설정된 물질은 소수입니다. 예를 들어, BaP (벤조피렌)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지만 대기환경기준이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2. 법적으로 관리하는 물질이 매우 적습니다. 요즘 우리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상당수 물질이 기준치가 없고, 관리되지 않는 물질입니다. 학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르는 많은 오염물질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오염물질이 실제로 관리대상이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인체 위해성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오염물질의 환경대기 농도와 노출인자(호흡량, 노출 기간 등)를 곱하면 호흡에 의한 노출량이 됩니다. 여기에 독성 값을 곱하고 위해성 기준과 비교하여 심각한 수준인지 평가합니다. 발암물질과 비발암물질로 구분해서 위해성 평가를 하는데, 발암 위해도는 보통 10^-6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인구 백만 명당 한 명 이상 암에 걸릴 확률입니다. 아주 낮은 확률이지요. 그런데 개별화학물질이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웬만해서는 우려할 만한 위해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고, "항상 문제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에는 개별물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소각시설 등에서는 다이옥신뿐만 아니라 온갖 유해물질이 미량으로 배출됩니다. 개별물질의 위해도가 낮더라도 복합적인 영향도 낮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여러 화학물질이 섞이면서 독성이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발암물질은 역치가 없습니다. 아무리 낮은 수준으로 노출되더라도 체내에 축적되어 발암 가능성이 커집니다. 최대한 발암물질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어떤 환경매체나 음식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업체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특히, 울산과 같은 산업도시에서는 산업 배출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아무리 낮은 확률일지라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배출원-환경대기-인체 건강 영향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 환경연구자의 역할은 지속해서 기업체의 오염물질 배출을 감시하고 학술적인 증거를 가지고 공론화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환경윤리경영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머나먼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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